Slowly but surely

21.04.30 이제껏 쉬지 않고 일해왔는데 본문

오늘의 생각

21.04.30 이제껏 쉬지 않고 일해왔는데

Arat 2021. 4. 30. 15:35

 

한국 나이로 19살, 만 나이로 17살 일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

지금까지 거의 10년이 되가도록 일을 쉬어본 적이 거의 없다.

거의 없다는 것은, 그래도 일주일? 정도씩은 쉬었었으니까..

딱 한 번, 하던 일을 관두고 일 자리를 구하려 했을 때 일이 너무 안구해져서 약 한 달을 놀았다.

원래 하던 전공 일을 때려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도,

꾸준히 계속 일을 했다.

 

남아선호사상이 짙은 가정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

내 돈 내가 벌어서 내 앞가림을 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.

 

아직 한참 일 해야할 나이인것도 안다! 이제 30대 들어가는거면 아직도 창창하니까!

아직 머리에 피도 안말랐다고 생각하니까..!!ㅋㅋㅋㅋ

그래서 이제껏 일만 하고 살았다.

 

그런다고 돈이 쉽게 모이는 것은 아니었고, 이상하게 밑 빠진 독처럼 줄줄줄 어디론가 새어나갔다.

첫 취업 후 아빠의 강요로 든 적금은 당시 쥐꼬리만한 월급의 80퍼센트를 꼬라박았고,

천 만원 모아갈 즈음, 엄마의 빚 때문에 전부 날렸다.

그나마 내게 돌아온 몇 푼은 엄마가 달라그래서 줬고(형편이 좋지 않았음)

그 때 내 머릿속엔 이미 '내가 벌어도 언젠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날릴 돈이구나'하는 마음이 자리 잡은 듯..

 

오빠나 동생이 학원 보내달라, 게임기 사달라 하면 없는 돈 끌어 모아 지원해주던 아빠는

내가 같은 얘기를 하면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.

당연히 대학교를 다니며 내야하는 모든 돈은 내 몫이었고, 그래서 일 할 수 밖에 없었다.

 

월세+생활비+학비

학교가 끝나고 잠깐 하는 아르바이트로는 이 모든 것을 해내고 남는 돈이 없었다.

교통비를 아끼고자 자전거를 내 몸처럼 끌고 다녔는데도 턱도 없었음.

 

그렇게 꼬질꼬질 모아서

해외인턴의 기회를 잡게 되고

꼬질꼬질 모은돈을 인턴 비용에 전부 사용했다.(비자, 티켓, 기타 비용..)

 

그렇게 간 인턴쉽에서 내 모든 상황을 이해해주는 인연을 만나 다시 해외로 왔다.

 

영주권을 신청하고 일 할 수 있는 자격을 기다리기까지의 몇 개월 동안은(길면 10개월..)

일을 못한다. 

 

첫 한 달~한 달 반은 행복했다. 드디어 쉬는구나. 나 드디어 쉴 수 있구나.

근데 두 달, 곧 세 달째가 되어가는 지금은 너무 불안하고 우울하다.

돈을 벌어야하는데.. 나가는 돈은 많고, 버는 돈이 없으니... 너무 걱정이다..

일을 하고싶다. 도움이 되고싶다. 근데 당장은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..

답답하다.

 

Comments